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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락처 : mail @ rainlethe.com 나는 날카로움을 잃어버린걸까? 아니면 따뜻함을 얻은걸까? 레인레테


Cat's eye

RL.N ovel. | 2005/11/18 05:16 | Posted by 레인레테
고양이의 눈을 본 적 있니?? 아니아니.. 동화책이나 만화같

은데서가 아니라 진짜로 내 눈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

말야. 아마 본 적 없을 꺼야. 너도 알다시피 고양이는 그리 얌

전한 동물은 아니니까. 혹 언젠가 봤다면 넌 굉장한 행운아

야. 쉽지 않은 일을 겪은 거니까..


각설하고, 혹시라도 그 눈을 볼 기회가 있거든 절대 놓치지

마. 그 인간의 눈과는 다른 신기한 눈을..


내가 처음 고양이의 눈을 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. 누군

가가 키우던 거였는데, 그냥 우연히 길을 가다가 본 거지. 살

이 포동포동하게 찌고,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에게 잘 앵기는

웃기는 고양이였지. 아마 주인이 길을 잘 들였던 모양이야. 조

금 이상한 표현이긴 하지만, 그 고양이는 꼭 집에서 키우는 애

완견 같았어. 난 독서실에 들렀다가 늦게만치 집에 돌아오는

길이었거든. 우리 집 가까이에 거의 다 왔던 터라 친구들과는

다 헤어져 혼자 걷고 있었고, 그 캄캄한 밤에 고양이 울음소리

를 들었지. 뭐라고 잘 설명할 수 없는 높은 톤의 아기 울음소

리. 아니 그보다 훨씬 갸날픈..


근데 이상한 건,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친근감있게 들렸다

는 점이야. 소리는 바로 내 발 밑에서 나고 있었어. 난 잠시 쭈

그리고 앉아서는 고양이를 쳐다봤지. 그 당시에는 고양이의

몸짓이 신기해서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, 지금 생각해보니..

그 눈.. 너무 투명했어. 눈동자도 별로 없는 데다가 눈동자 속

이 비치는.. 마치 애들 구슬치기하는 그 유리구슬이 눈이 있

던 자리에 박혀버린 느낌이라고 할까? 나중에 그 고양이의 전

체 생김새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그 눈만은 뇌리에 선명하더

라.


두 번째는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였는데, 야생고양이었나

봐. 내 방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는데 책상 옆으로 난 창문

으로 뭔가가 있다는 게 느껴진거야. 고양이라고는 상상도 못

했던 터라 소스라치게 놀랐어. 그런데 그 고양이는 내가 자신

을 보고 놀란 것을 봤는데도, 꼼짝도 안하고 날 보고 있었어.

마치 내게 원한이나 있는것처럼 무슨 집념같은 게 느껴지는

것 같은 눈빛이었지. 우습지만 난 그 고양이한테 순간 압도당

해버린거야. 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작은 고양이에게. 그 눈

길.. 잊지 못할꺼야.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는듯한 느낌. 목

표를 집요하게 쫒는 스토커의 카메라..


그 후로 난 닥치는 대로 고양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지. 특히

그 눈에 대해서. 백과사전을 뒤적거려보기도 하고, 소위말하

는 지식 검색을 찾기도 하고. 어처구니없이 방대하게 펼쳐진

지식의 바다 인터넷을 항해하기도 했었어. 내겐 고양이의 눈

에 대해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었거든.


그러던 어느날 난 다시 고양이의 눈을 보게 됐어. 그런데 이

번엔, 고양이에게서 아닌, 인간에게서 고양이의 눈을 보게 된

거야. 얼마나 섬뜩했는 줄 아니? 그 비어있는 듯, 주시하고 있

지만 흥미없다는 시선. 눈동자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도 집

요하게 먹이를 쫒는 그 눈. 그 사랑스러우면서도 끔찍한 유리

구슬..그걸 사람에게서 본 거야. 보는 순간의 그 느낌이란.. 온

몸의 소름이 쫙 돋은 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. 그게 언제쯤이

었냐구? 글쎄 언제쯤이었는지는 확실히 생각이 안 나. 한달정

도 된 것 같기도 하고, 바로 어제인 것 같기도 하고...


어디서였냐면.. 우리 집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드

눈 순간에 그 눈빛과 마주쳤었어. 난 내가 고양이 눈에 너무

집착한 환영이라고 생각했지. 화장실에 고양이같은 것이 있

을 리가 없잖아? 먹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.. 잠이 덜 깼나보다

하고 다시 한번 얼굴에 물칠을 한 뒤 고개를 들었는데... 그제

서야 난 고양이 눈이 왜 화장실에서 보였는지 깨달았어.





그건... 거울에 비친 내 눈이었던 거야...  
99년 어느날에. By RL.N.